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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하는 것들.

장하와 2017. 1. 3. 16:53

내 공간

고등학교 기숙사, 교환학생 기숙사, 워킹홀리데이 쉐어하우스를 거치고 나니 내 공간에 집착하기 시작했다. 작은 원룸이라도 좋으니 온전한 나의 공간을 갖고싶어졌다. 물론 쉽지 않은 일이다. 내게는 보증금뿐만 아니라 한 달치 월세도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다음으로 생각한 것이 내 방을 나만의 온전한 공간으로 꾸미는 것이었다. 방문을 닫으면 나의 공간이 되는 유일한 곳이니까 말이다. 그런데 이십 년간 쌓아놓은 물건들이 갈 길이 없다. 그래서 매번 늦추기만 했다. 언제 한번, 크게 뒤집을 수 있는 날이 있을까?



대학교 4학년때까지도 책이 뭔가요? 하던 나는 이제는 책 읽을 시간이 없을까 아둥바둥한다. 공부를 해야 할 때가 오면, 공부 때문에 책을 읽지 못한다는 아쉬움이 오는 것이다. 이는 아마도 책을 읽으면서 감정을 표출했던 경험 이후에 생긴 습관인 것 같다. 실용서적만 읽던 내가 소설도 읽고, 이제는 지식서적도 찾아 읽는다. 남의 이야기를 읽는 것만큼 흥미진진한 일이 있으랴.


취미

한번 가진 취미를 평생- 가지고 가는 사람들을 꽤나 부러워한다. 그래서 끊임없이 취미를 찾으려고 노력한다. 아직도 평생 가지고 갈 취미를 못 찾았다, 라고 쓰려다가 찾은 걸 깨달았다. 바로 글쓰기. 대학 입시 때 논술에 그렇게 자신 없어 하던 내가, 대학교 1학년 글쓰기 수업 때 혹시 외국에서 살다 왔냐고 질문을 받던 내가, 대학교 3학년 1학기 휴학을 하고 학원 알바를 하면서 공대생이냐고 질문을 받던 내가 말이다. 아직도 믿기지 않지만 글을 쓰면서 굉장히 즐겁다. 그리고 내 글을 통해서 누군가랑 소통을 할 수 있을 때 굉장히 즐겁다. 아직도 글을 조리있게 쓰지는 못한다. 고치는 과정을 굉장히 싫어하기도 어려워하기도 하기 때문이다. 그래도 쓰는 것 자체가 즐겁다는건, 언젠가 온전한 글을 만드는 것도 좋아하게 될 것이라는 것.


여행

난 다른 친구들에 비해 잦은 여행을 떠난 편이다. 여행이라고 일컫고 싶지는 않으니 해외행이라고 해봐야겠다. 미국에서의 8개월, 호주에서의 12개월의 삶은 나를 많이 바꾸어 놓았다. 무엇보다도 여행을 즐기지 않는 나를 알게 되었다. 그럼에도 여행이라고 쓴 것은 내가 지금 있는 곳과는 다른 어딘가에 항상 가고 싶어하는 욕망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일주일, 한달의 여행에서는 매력을 느끼지 못했지만 장기간 '거주'에 대한 욕심은 여전히 가지고 있다. 거주랑 여행은 다르다. 그럼에도 여행이라고 부르고 싶은 것은 내가 지금 있는 곳으로 언젠가는 돌아올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하나를 더 채우고 싶지만 딱히 생각이 나지 않으니 여기까지 해야겠다. 나는 여행 블로그도 해봤지만 크게 매력을 못느꼈고, 뷰티 블로그도 크게 키워봤지만 많은 매력을 느끼진 못했다. 요리도 먹는 것도 좋아하고 하는 것도 좋아하지만 즐기지는 않는다. 기타도 우쿨렐레도 쳐봤지만 이걸로 무언가를 해보고 싶다라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내가 생각하는 내가 좋아하는 것들은, 내가 미래에 무언가를 '하고 싶다'라고 생각하게 만드는 것들이다. 나는 나만의 공간을 만들어 그 속에 파묻히고 싶다. 책을 꾸준하게 읽으며 남들의 이야기를 속속들이 들어보고 싶다. 글을 꾸준히 쓰면서 내 공간에 남을 초대하고, 남의 공간에 내가 들어가고, 책이라는 결과물을 만들고 싶다. 여행을 꾸준히 하면서 내가 아닌 다른 누군가로 살아보고 싶다. 이러한 '하고 싶은 것들'을 만드는 것이 내가 좋아하는 것들의 정의다. 


나는 내가 굉장히 외향적인 사람이라고 생각하며 살아왔다. 그러나 이런 꼬투리를 바뀌기 시작한 것은 대학교 4학년 때 떠난 미국 교환학생 때부터다. 조금씩 방안으로 파고 들어가 나만의 시간을 가지기 시작하면서부터, 나는 나를 알아보기 시작했다. 남들과 함께 있는 내가 아닌, 나 스스로의 나를 알기 시작하면서부터 끊임없이 매력을 느끼기 시작했다. 그때부터 나는 참으로 내향적인 사람이구나- 하고 느꼈다. 여전히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많은 사람들 사이에서 행복해하면서, 나 혼자 있을 때까지도 행복해하기 시작했다. 어라, 글을 쓰다보니 나 정말 행복한 사람이구나. 


항상 글을 쓰다보면 용두사미로 끝나지만 정말로 여기서 마침표를 찍어도 될 것 같다. 내가 행복한 사람이라는 걸 깨달은 이 순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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